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기타리스트 배민혁입니다. 2022년부터 재즈 클럽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고요. 클럽 공연이나 행사, 음반 작업 등을 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먼저, 재즈 크루 인비테이션 초대를 흔쾌히 수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처음 연락을 받으셨을 때는 어떤 기분이셨나요?
조금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너무 늦게 연락이 왔다고 생각했어요!(웃음) 언젠가는 한 번 연락을 주시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아주 없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재즈 신 안에서 이런 기획이 아주 많은 편은 아니고, 연주자 입장에서는 이런 자리가 꽤 귀하게 느껴지거든요. 그래서 연락을 받았을 때 반갑고 감사한 마음이 컸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이런 기획에 불러주셨다는 것 자체가 제가 해 온 시간들을 좋게 봐주신 결과 같아서 기뻤어요.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너무 감사합니다. 사실 저희도 한 달에 한 번씩만 진행하다 보니, 어느 시점부터는 모시고 싶은 분은 너무 많은데 늘 조금 늦게 연락을 드리게 되어 감사한 동시에 죄송한 마음도 함께 담아 연락을 드리고 있습니다.
배민혁 님은 처음부터 아주 빠르게 눈에 들어온 연주자라기보다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뚜렷해지는 인상이 있었어요. 차림이나 연주 태도도 그렇고,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쪽으로 가고 싶은지가 비교적 선명하게 느껴졌고요. 저희도 그런 점들이 좋게 다가와서 이번에 꼭 한 번 모시고 싶었습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해볼게요. 기타는 어떻게 처음 시작하게 되셨나요?
기타는 열한두 살 때 시작했습니다. 그때 TV에서 7080 음악이 자주 나오던 시기였는데, 놀러와 같은 프로그램에서 세시봉 선생님들이 연주하는 모습을 보며 굉장히 멋있다고 느꼈던 기억이 있어요. 함께 보던 가족들도 반가워했고요. 그런 장면들을 보면서 막연하게 “나도 한번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기타를 사달라고 졸랐고, 결국 선물로 받게 됐어요. 처음에는 주민센터 문화강좌 같은 곳에서 통기타를 배웠습니다. 지금처럼 정보가 많은 시기도 아니었고, 주변에 음악하는 사람도 없다 보니 그 안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배워갔던 것 같아요. 한때는 클래식 기타에도 관심이 있었고, 기타 제작에도 흥미를 가진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당시에는 특정 장르보다도 기타라는 악기 자체에 완전히 마음이 꽂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만큼 기타를 무척 좋아하셨나 보군요.
네, 맞아요. 그러다가 인터넷으로 악기 관련 자료를 찾아보는 와중에 스티비 레이 본 같은 블루스 기타리스트를 접하게 됐어요. 그때부터는 방향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잠깐 품었던 클래식 기타에 대한 관심보다, “아, 나는 블루스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더 강하게 들어왔거든요. 그래서 실용음악 학원에 가고 싶어졌는데, 그 시절 기준으로 주민센터 강좌와 학원 수강료 차이가 꽤 컸어요. 집에서는 당연히 쉽게 허락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시험 성적 조건 같은 것이 걸리기도 했는데, 어떻게든 그 기준을 맞춰서 결국 학원에 가게 됐습니다. 그만큼 블루스를 배우고 싶었던 거죠.
그때 다니던 학원은 오래 가진 않았지만, 블루스 기타를 하시던 선생님과의 인연은 계속 이어졌어요. 학원 사정이 어려워져 선생님이 다른 곳으로 옮기시게 된 뒤에도 따라다니며 배웠고, 지금도 가끔 연락을 드릴 정도입니다. 아마 그 선생님 덕분에 재즈도 조금씩 듣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제 기억으로는 “블루스를 잘하려면 재즈도 좀 알아야 한다”는 말을 들었던 것 같은데, 정확한 표현은 제 기억이 틀릴 수도 있습니다. 다만 분명한 건, 처음부터 재즈를 하겠다는 목표가 있었다기보다 블루스를 더 잘 이해하고 싶어서 재즈를 가까이하게 됐다는 점이에요.
그럼 재즈는 꽤 이른 시기에 접하셨던 셈이네요. 그때는 재즈를 어떻게 듣고 계셨나요?
재즈 음반 자체는 생각보다 빨리 들었습니다. 열네다섯 살 무렵부터 마일즈 데이비스나 카운트 베이시 같은 음반도 사서 들었고, 좋아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좋아하는 것과 실제로 그 음악 안으로 들어가는 건 또 다른 문제였던 것 같아요. 어릴 때는 아무래도 재즈가 어렵다는 선입견이 있잖아요. 저도 그랬습니다. 좋아하긴 했지만 “이건 너무 어려운 음악인데” 하는 마음이 있었고, 쉽게 뛰어들지는 못했어요. 그래서 대학 갈 때까지도 제 안에서는 여전히 블루스 기반의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컸습니다. 사이키델릭 록이나 하드록도 좋아했고, 재즈적인 요소를 어떻게 블루스 안에 녹일 수 있을지를 오래 생각했던 것 같아요.
재즈를 좋아하긴 했지만, 아직은 중심에는 여전히 블루스가 있었던 모양이군요! 재즈를 본격적으로 하시게 된 과정도 궁금합니다.
고등학교 2학년쯤, 집시 재즈에 한창 빠져 있던 때가 있었는데요. 그때 집시 재즈 전문 강의나 연주를 올리던 분을 찾아 네이버 쪽지로 직접 레슨을 받고 싶다고 연락드렸어요. 지금 생각해도 행동이 꽤 빨랐던 것 같습니다. (웃음) 그분께 개인 레슨을 받게 됐고, 나중에는 입시도 그분과 함께 준비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저는 재즈보다 집시 재즈를 먼저 배운 셈이기도 해요. 물론 그때 당장 재즈 언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수준은 아니었고, 코드 톤을 알고 어느 정도 접근하는 정도였죠. 그래도 블루스, 재즈, 집시 재즈가 서로 완전히 분리된 채 있지는 않았고, 그 시절의 저 안에서는 계속 뒤섞여 있었던 것 같습니다.
대학 시기가 큰 전환점이었던 것 같아요. 저는 20학번인데, 아시다시피 그때는 대학 생활을 정상적으로 하기 어려운 시기였잖아요. 개강도 늦었고, 학교도 자주 가지 못했고요. 그래서 졸업은 했지만, 흔히 떠올리는 대학 생활을 충분히 해봤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면이 있어요. 오히려 시간의 공백이 꽤 크게 느껴졌고, 졸업이 다가오는 어느 순간에는 “이제 진짜 뭘 해야 하지?” 하는 막막함도 있었습니다.
그 무렵 교수님께서 케니 버렐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원래도 알고 있던 기타리스트였고, 블루스를 좋아하던 시절에도 종종 들었던 사람인데, 예전에는 그렇게까지 강하게 와닿지는 않았거든요. 재즈 기타리스트 치고는 너무 블루지하고, 블루스 기타리스트라고 보기에는 또 담백하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어느 순간 Midnight Blue를 다시 듣게 됐는데 완전히 다르게 들리더라고요. 멜로디나 흐름, 그리고 그걸 구현해내는 테크닉까지 전부 굉장히 설득력 있게 들어왔어요. 그 후로 웨스 몽고메리나 케니 버렐 같은 연주자들을 다시 들으면서, 결국 내가 몰랐을 뿐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교수님 권유로 잼 세션을 꾸준히 다니기 시작했던 것도 그 즈음이었고요.
어떻게 보면 그게 재즈 아티스트로서의 시작점이었을 수도 있겠군요?
맞아요. 그때는 에반스와 사운드독의 잼 세션을 주로 다녔는데, 매주 꽤 성실하게 참여를 했어요. 사실 특별한 의도나 목적이 있던 건 아니었고, 딱히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매주 잼 세션에 가는 걸 당연하게 여길 정도로 일상의 한 부분이 되어 있었는데요. 그걸 선배님들이 조금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어느 날 사운드독에서 호스트를 하시던 이성구 선생님이 앙상블 수업을 권해주셨던 것도 그래서였고요. 당시에도 정장에 타이를 매고 세션을 다녔는데, 그 모습을 보고 “뭔가 뜻이 있는 친구 같다”는 인상을 받으셨던 것도 같아요.
그렇게 해서 앙상블 수업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앙상블 안에는 이미 훨씬 더 진지하게 재즈를 준비하고 있던 분들이 많았어요. 이미 활동을 하고 계시는 분도 있었고, 유학을 준비하는 분도 있었고요. 당연한 얘기지만 처음에는 그 안에서 제가 가장 부족하다고 느꼈어요. 그런데 그게 오히려 자극이 됐습니다. 연습의 대부분을 재즈에 쏟기 시작했고, 음반도 더 많이 듣게 됐고, 자연스럽게 재즈 쪽으로 기울게 됐어요.
이때까지만 해도 스스로 ‘재즈 기타리스트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분명하게 하고 있던 건 아니었어요. 다만 시간을 어디에 가장 많이 쓰고 있는지 돌아보면, 이미 재즈 안으로 들어와 있었던 거죠. 그렇게 지내다가 사운드독에서, 잼 세션에 자주 참여했던 사람들을 모아 하루 공연을 만들자는 취지의 기획이 있었는데요. 그걸 재즈 연주자로서의 첫 활동으로 기억하고 있어요. 그게 지금까지 이어져 온 거고요. 그랬던 제가 재즈 기타리스트로서 앨범도 내고 공연도 하고 있는 게 새삼 신기할 때가 있긴 해요.
블루스를 더 잘하기 위해 재즈를 듣기 시작하셨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는데요. 그렇게 시간이 흘러 재즈가 훨씬 중심에 놓이게 된 지금도, 블루스를 하고 싶어지실 때가 있으신가요?
누가 제안만 해주면 진짜 열심히 할 것 같아요. 지금은 이미 해온 것들이나 당장 해야 할 것들이 꽤 많이 생겨버려서, 갑자기 혼자 블루스로 방향을 바꾸는 건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근데 특정한 계기만 있다면 언제든지 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가끔 블루스용 기타가 좋은 가격에 올라오면 마음이 들뜨기도 하거든요. (웃음)
여담이지만, 제 버킷 리스트 중 하나가 기타 한 대로만 연주하는 솔로 기타 앨범을 내는 거거든요. 그중에 두 트랙 정도는 옛날에 한창 좋아하고 연습했었던 델타 블루스나 래그타임 같은 장르의 곡으로 넣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하고 있어요. 나름대로 정말 열심히 연마했었는데, 이걸 아무에게도 못 보여주고 죽으면 억울할 것 같은 기분이 들거든요. (웃음)
블루스를 그렇게 오래 좋아하셨다는 게, 이야기를 듣고 있는 지금도 조금은 의외하게 느껴집니다. 그만큼 지금의 민혁 님은 재즈 기타리스트로서 아주 또렷한 인상으로 남아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인상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늘 무대에서 보여주시는 단정한 차림이기도 한데요. 셔츠에 재킷, 넥타이, 코트까지 늘 갖춰 입고 오르시는 모습이 인상적인데, 의상에 신경을 쓰시게 된 계기가 따로 있으셨을까요?
정장 계열의 옷을 좋아하게 된 건 음악이랑은 크게 관련이 없을 수도 있는데요. 제가 안 그래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철학 서적이나 에세이 읽는 걸 옛날부터 좋아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근현대사에 나오는 오장환이나 임화, 이상 같은 지식인이나 시인, 독립운동가들의 사진을 보면 되게 완벽한 수트를 입고 있잖아요. 외국도 보면 사르트르나 까뮈 같은 사람들 사진을 봐도 말쑥하게 차려입고 있고요. 그래서 꽤 어렸을 때부터, 어른이 되면 꼭 수트를 단정하게 차려입고 싶다는 생각을 알게 모르게 해 왔던 것 같아요. 그래서 대학교 1학년 때도 학교에 정장 입고 가서 강의 듣고 그랬어요. (웃음)
의도한 건 아니지만 지금 하고 있는 음악이랑 이미지가 잘 어울려서 좋게 봐주시는 분이 많아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아마 다른 이미지를 좋아했다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복장으로 무대에 올라서 재즈를 연주했을 거거든요.
이 얘기가 인터뷰에 실리면 놀릴 사람도 많아질 것 같은데요. 고등학교 때 밴드부를 했었는데 그 당시만 해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블루스맨이었거든요. 물론 지금도 누가 툭 건드려주면 바로 변신이 가능하긴 합니다만… (웃음) 아무튼 그때는 학교에서 공연을 하게 되거나, 외부 공연이 있거나 하면 청재킷이나 페이즐리 셔츠, 딱 달라붙는 가죽 바지를 입고 무대에 오르고 그랬었어요. 영상에서 봤던 아티스트들의 멋있는 이미지가 있다 보니까 그걸 무심코 따라 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이야기를 듣다 보니, 음악이든 복장이든 조금은 전통적이고 오래된 것들에 자연스럽게 끌리는 취향이 있으신 것 같아요. 그런 취향이 지금 좋아하시는 음악과도 이어져 있다고 느끼시나요?
그렇죠. 애초에 기타를 잡게 된 것도 세시봉 때문이었으니까요. 요즘 같은 시대에 예전 음악을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재즈를 한다는 것 자체가 그런 고민을 피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클래식에서는 400년, 500년 전 바흐의 음악을 연주하는 젊은 피아니스트에게도 천재라는 표현을 쓰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고작 50년 전 음악을 연주해도 “올드하다”는 말을 듣기도 하죠. (웃음) 결국 재즈도 아메리칸 클래시컬 뮤직이라고 볼 수 있잖아요. 그래서 오래된 것을 한다는 감각이 저에게는 단순히 낡은 것을 반복한다는 의미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지금 하고 계신 스트레이트 어헤드나 비밥 계열의 음악이 민혁 님께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도 궁금합니다. 왜 지금 이 음악이 계속 마음에 남고, 또 직접 하고 싶은 음악이 되었을까요?
비밥을 하고 싶었던 마음은 계속 있었던 것 같아요. 다만 어려워서 못 하고 있었던 거죠. 겁을 먹고 못 했던 것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마음속에는 계속 비밥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고, 그게 다행히 지금은 조금 잘 풀린 것 같아요. 비밥이나 스트레이트 어헤드 안에는 블루스적인 요소가 굉장히 많거든요. 그래서 어릴 때 블루스를 했던 게 저에게는 큰 행운이자, 약간의 특권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재즈를 하기 위해 새롭게 블루스를 배운다기보다, 이미 제 안에 있던 것으로 재즈를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니까요. 어떤 곡을 하더라도 그 안에서 블루스적인 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 저에게는 중요하고, 그런 부분이 이 음악을 계속 붙들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연주를 하거나 곡을 만들 때, 민혁 님이 스스로 가장 중요하게 두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악기적으로 표현하면, 제 리더 공연에서 하는 곡이라면 모든 곡을 솔로 기타로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악기 없이, 혼자서도 그 곡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정도로 제 안에서 소화된 곡이어야 무대에 올릴 수 있다는 기준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연습할 때도 솔로 기타로 많이 연습합니다. 제 앨범에 있는 곡들도 그렇게 연습했고요.
듣는 분들께 바라는 점이 있다면, 저는 처음부터 끝까지 아주 타이트하게 짜서 연주하는 편은 아니기 때문에 중간중간의 흐름이나 작은 사건들을 주목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물론 큰 흐름도 생각하고 솔로의 기승전결도 늘 신경 쓰지만, 그 기승전결 사이에 있는 작은 이야기들, 짧은 단막극 같은 순간들이 있거든요. 저는 그런 것들을 재미의 요소로 생각합니다. 한 곡이 7분을 넘어가면 처음부터 끝까지 똑같은 밀도로 집중해서 듣기가 쉽지 않잖아요. 그래서 중간에 다른 생각을 하다가도 “방금 뭐였지?” 하고 다시 귀가 붙는 순간들이 생기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작은 순간들이 쌓여서 결국 하나의 서사가 된다고 느끼는 편입니다.
얼마 전에 발표하신 앨범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어떤 흐름 속에서 준비하게 되었고, 작업을 마친 뒤에는 어떤 생각이 가장 크게 남으셨나요?
사실 준비 기간이 굉장히 짧았습니다. 원래 앨범은 언젠가 내야겠다고 늘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작년에 라이징 스타에 선정된 이후에 “라이징 스타라는 흐름을 살리려면 올해 안에 나와야 한다”는 조언을 듣게 됐어요. 그래서 조금 급하게 준비하게 된 부분이 있었습니다.
처음 결과물이 나왔을 때는 한 일주일 정도 굉장히 만족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제 앨범이다 보니 계속 듣게 되잖아요.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니까 아쉬운 부분들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이 부분은 조금 아쉽다, 이 곡 대신 다른 곡이 들어갔으면 어땠을까, 그런 생각들이 계속 생겼어요.
가장 크게 남는 아쉬움은 준비 기간이 짧았다는 점이었던 것 같습니다. 스튜디오에서 그렇게 본격적으로 녹음하는 것도 사실상 처음이라 많이 긴장한 상태였고, 환경에 적응하는 데도 시간이 필요했어요. 그런 조건들이 결과물에 그대로 남아 있다고 느끼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작업 자체를 부정하는 쪽은 아니고, 오히려 그 경험이 다음 작업을 더 분명하게 상상하게 해준 것 같아요.
공연을 하시면서 특히 기억에 남는 순간이나 관객이 있으실까요?
자주 와주시는 분들은 늘 기억에 남습니다. 들어오시면 ‘또 와주셨구나’ 하고 알아보게 되는 분들이 있거든요. 제 연주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몇 번씩 와주시면 아무래도 기억에 남죠.
그리고 공연 중에 기억에 남는 순간은 생각보다 개인적인 순간인 것 같아요. 팀 전체가 완전히 같은 방향을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듣고 있는 음악, 생각하고 있는 음악이 같다는 감각이 드는 순간인데요. 그럴 때가 가장 짜릿합니다. ‘내가 이런 것도 할 수 있었나?’ 싶을 정도로 연습할 때보다 오히려 연주가 더 잘 나올 때도 있고요. 결국 재즈는 상호작용의 음악이니까, 그런 순간들이 오래 남는 것 같습니다.
재즈 아티스트로서의 민혁 님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일생 일대에 걸친 거창한 목표도 좋고, 아직은 아슬아슬하게 연초이니 올해의 목표 같은 소박한 목표도 좋습니다.
작년에는 이래저래 이벤트가 많았던 것 같아서, 올해는 우선 무난하게 지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어요. 그런데 그 와중에 다음 앨범을 준비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물론 생각만 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이지만요. 그래도 다음 앨범을 작업하게 되면 조금 더 과감하게 해 보려고 해요. 자작곡의 비중도 더 늘리고 싶고, 조금 더 서사가 있는 앨범, 조금 더 개인적인 앨범을 만들고 싶어요. 1집이 일종의 밑바탕을 놓는 작업이었다면, 다음에는 조금 더 분명하게 “나를 위한 앨범”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구성적인 면에서도 우리나라에서 아직 시도해보지 않은 구성이나 잘 안 하는 구성으로도 해보고 싶고요. 최근에는 국내에서만 한 달에 여러 개씩 재즈 앨범이 나오는데, 저는 이 흐름이 되게 좋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도 이래저래 다작하면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앞으로 보여주실 민혁 님의 다양한 모습도 기대하도록 하겠습니다! 블루스를 연주하는 민혁 님의 모습도 보고 싶다는 마음도 드네요.(웃음)
그럼 이제 민혁 님의 추천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재즈를 잘 모르거나 이제 막 처음 접하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곡이나 아티스트가 있으실까요?
조니 스미스 트리오(Johnny Smith Trio)의 <Easy Listening> 이라는 앨범을 추천드리고 싶어요. 조니 스미스는 우리나라에서 생각보다 많이 이야기되지 않는 기타리스트라고 느껴요. 그 사람의 모든 걸 좋아하는 기타리스트를 한 명 꼽으라고 하면 생각나는 사람이 저에게 있어서는 조니 스미스거든요. 바니 케셀(Barney Kessel)이 조니 스미스를 두고, 모든 걸 칠 수 있는데 그렇게 안 치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는데요. 사실 조니 스미스가 저희가 지금 알고 있는 재즈 기타의 톤을 만든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거에요. 지금은 절판되어서 구할 수 없는 책인 <재즈 속의 기타 이야기>에서는, 많은 기타리스트들이 자기 톤의 기준점을 조니 스미스로 잡았다는 이야기도 나와요.
<Easy Listening>은 전곡이 스탠더드 재즈로 이루어진 앨범인데, 이름 그대로 듣기도 편하고, 정말 아름다운 코드 멜로디가 매력적이기도 해요. 기타 트리오 앨범인데, 오히려 헤드를 위한 앨범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솔로도 많이 하지 않아서 한 곡 한 곡이 짧은 편이에요. 편곡이나 화성적인 측면에서도, 그리고 그걸 구현해내는 테크닉까지 흠잡을 데가 없는데다가 조니 스미스만의 감성까지 보여주는 완성도 높은 앨범이기도 해요.
음악이나 앨범 이외에, 가장 좋아하는 재즈 콘텐츠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책이나 영화, 그림도 좋고요.
잭 케루악(Jack Kerouac)의 <길 위에서(On the Road)>라는 작품을 추천드리고 싶어요. 중학교 때 굉장히 재밌게 읽은 책인데요. 잭 케루악이라는 작가 자체가 재즈와 연결되는 지점이 많아요. 찰리 파커에 대한 시를 쓰기도 했고, 재즈 쿼텟 반주에 맞춰 시를 낭송한 앨범도 남겼다고 알고 있습니다. <길 위에서>는 재즈를 직접 설명하는 책은 아니지만, 책 안에 재즈에 대한 언급이 상당히 많이 되는 편이에요. 주인공들이 비밥을 엄청 좋아하는 것으로 묘사된다든가, 덱스터 고든과 워델 그레이와 같은 재즈 아티스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고요. 당시의 젊은 사람들에게 비밥이 얼마나 새롭고 세련된 감각으로 받아들여졌는지 느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해요. 내용 자체도 흡입력이 있습니다. 히치하이킹으로 미국을 횡단하고, 클럽에 가고, 전후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사람들이 계속 이동하고 방황하는 이야기거든요. 두 권짜리이긴 하지만 생각보다 금방 읽히고, 중간중간 웃긴 장면들도 많이 있어서 금방 읽으실 수 있을 거예요.
재즈 크루 인비테이션 당일에는 아티스트가 직접 선정하신 곡을 퇴장하실 때 틀어드리고 있는데요! 장르불문하고 틀고 싶으신 곡과 선정 이유를 간단히 알려주세요!
사실 도널드 버드(Donald Byrd)의 노래를 고를까 했는데, 앞서 다른 아티스트 분들이 하는 걸 보고 살짝 마음이 바뀌었어요!(웃음) 색소포니스트 이삼수 님의 선곡(이현,<잘 있어요>)도 너무 인상적이고 재미있네요. 4월이기도 하고 그래서 갑자기 생각난 건데, 패티김 선생님의 <사월이 가면>으로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재즈 크루 인비테이션을 어떤 마음으로 준비하고 계신지, 그리고 찾아주실 관객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기타와 피아노가 함께하는 쿼텟 구성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직 셋리스트를 고심하고 있는 중입니다만, 앨범에 수록된 곡들을 포함해서 늘 하던 곡도 있겠지만 새롭게 시도해보려는 곡도 있어요. 평소에 듣던 사운드에 약간의 새로움이 더해지는 느낌으로 열심히 준비 중이니 많이 기대해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재즈 크루 인비테이션 당일, 4/24(금) 8시에 무대에서 뵙겠습니다!
글 및 디자인 박휘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