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색소폰 연주하는 김태국입니다.
이번에 재즈 크루들의 초대에 흔쾌히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재즈 크루 인비테이션에 대해 알고 계셨나요? 이번에 참여하시게 된 간단한 소감도 부탁드립니다.
재즈 크루 인비테이션이라는 기획에 대해서는, 먼저 참여한 동료 연주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미리 알고 있었습니다. 이번에 초대를 해주셔서 너무 감사하고요. 제가 평소에는 선배 연주자들이 많이 연주를 하는데, 이번에는 동세대의 또래 연주자들과 같이 열심히 준비를 하고 있어서 저에게 있어서도 더 특별한 공연이 될 것 같아서 기대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태국님도 많은 선배 뮤지션 분들에게 이쁨을 받는 색소포니스트인 것 같다는 인상이 있네요!(웃음) 보통 사이드맨으로 많이 참여를 하시는 편이신데 이번에 리더긱으로 무대에 오르시게 되어서 더 신선하실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재밌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동안은 보통 사이드맨으로만 활동을 많이 해왔는데, 이제는 슬슬 제 음악을 하고 싶다는 마음도 있어서 본격적으로 움직이려고 하는 시점이었거든요. 그래서 타이밍이 마침 좋았기도 했던 것 같아요. 앞으로는 기회가 된다면 리더긱도 더 많이 해볼 생각입니다. 
반가우면서도 기대가 많이 되는 소식이군요! 그럼 재즈 색소포니스트로서의 태국님에 대해 알아보는 것으로 본격적인 인터뷰를 시작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색소폰은 언제, 어떤 계기로 시작하시게 되셨나요?
저희 할아버지께서 군악대 소속의 색소포니스트셨어요. 나중에는 사정이 생겨서 그만두셨지만, 당시 활동하시던 사진들을 보면서 어릴 때부터 색소폰이라는 악기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죠. 아버지도 취미로 색소폰을 연주하셨고요. 그러다 11살쯤에 아버지가 연주하시는 걸 보러 갈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들었던 소리가 저한테는 굉장히 강렬했어요. 그래서 시간이 좀 지난 후, 13살쯤에 취미로 색소폰을 시작하게 됐죠.
그렇게 색소폰을 가지고 놀고 연습하다 보니까, 다른 건 잘 모르겠는데 색소폰만큼은 정말 재밌더라고요. 불다 보면 시간이 금방 가는 것도 있었고, 그게 또 즐거웠고요. 그래서 ‘아, 내가 진짜 이 악기를 좋아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 예술고등학교 입시를 준비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음악을 하게 됐죠.
그럼 재즈는 언제부터 시작을 하시게 되었나요?
재즈를 처음 접한 건 예술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입시곡이 필요했을 때였어요. 그때 <Omnibook>을 통해 찰리 파커(Charlie Parker)를 알게 됐죠. 처음 들을 때는 입시를 위해 접한 곡이라 그런지 솔직히 큰 감흥은 없었어요. 그런데 계속 듣고 연습하다 보니까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찾아 듣게 되더라고요. 찰리 파커라는 음악가의 음악성을 점점 더 알게 되면서, 그 매력에 빠져들었어요. 그렇게 좋아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재즈를 계속하게 된 것 같아요. 지금도 제일 좋아하는 아티스트는 여전히 찰리 파커입니다.
태국님께서 비밥, 하드밥을 주로 연주하시는 이유가 어느정도 가늠이 되기도 하네요.(웃음) 그렇다면 본인이 생각하는 재즈와 색소폰 매력은 무엇인가요? 재즈 또는 색소폰이었어야만 했던 이유가 있다면 그걸 이야기해주셔도 좋습니다!
색소폰의 매력 중 하나는, 우선 재즈를 대표하는 악기라는 점이에요. ‘재즈 하면 색소폰’이 가장 먼저 떠오르잖아요. 그런 이미지 덕분에 더 끌렸던 것 같아요. 또 특히 알토 색소폰의 소리는 사람의 목소리랑 닮아 있어서, 그게 정말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재즈를 계속 하게 되는 이유는, 들으면 들을수록 연주자가 단순히 소리를 내는 게 아니라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거든요. 그 순간이 너무 좋아요. 그게 재즈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아요.
찰리 파커를 좋아한다고도 이야기해 주셨습니다만, 태국님은 주로 비밥 또는 하드밥 계열의 재즈를 좋아하시고 그 장르 위주로 연주를 하신다는 인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아이디마저도 taekuk’bop’ 이시기도 하고요!(웃음) 이러한 장르를 좋아하시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본인이 생각하시는 비밥 장르의 매력도 좋습니다.
제가 느끼는 비밥의 매력은, 일단 시원시원함이에요. 라인 자체가 직관적이라는 점도 제가 좋아하는 부분이고요. 또 빠른 템포 안에서 자유롭게 블로잉할 수 있다는 것도 정말 매력적인 것 같아요.
재즈클럽이 태국님과 같은 재즈 아티스트에게 갖는 특별한 의미가 있을까요?
연주자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저한테는 사실 일터나 사무실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진 않는 것 같아요. 대신 관객과의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입장에서 보면, 그게 얼마든지 가능한 공간이라 놀이터 같은 느낌도 있어요. 일터이긴 하지만,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걸 즐길 수 있다는 데 본질이 있다고 생각해요. 관객들도 그렇지만 연주자들까지요. 그래서 그 공간에 함께 있는 동안만큼은, 이 음악을 통해 모두가 즐거웠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연주하고 있습니다.
많은 재즈 클럽에서 수많은 공연을 해 오셨을 텐데요. 혹시 기억에 남는 공연이나 관객이 있으신가요?
기억에 남는 공연이라기보다는, 그런 순간들이 종종 있어요. 연주를 하다 보면 제가 어떤 부분을 딱 불었을 때, 그걸 다른 연주자들이 캐치해서 자기 연주에 반영하고, 그게 계속 쌓이면서 무대 위의 음악이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변화하거나 기술적으로 한 단계 위로 올라가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거든요. 이게 의도해서 되는 건 아니고, 그 순간의 즉흥적인 상호작용이 실시간으로 극대화될 때만 가능한 것 같아요. 이런 예측 불가능함 때문에 재즈를 계속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색소폰을 하시는 분들은 각각의 소리 자체에 중점을 두고 많은 연구와 연습을 하고 계신다는 인상을 가지고 있는데요. 색소포니스트로서 지향하시는 특별한 소리가 있으신가요?
가장 먼저 들리는 건 아무래도 ‘소리’이다 보니까, 어떻게 하면 그걸 좀 더 직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에 집중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제 경우에는 똑같은 한 음을 불더라도, 그 한 음 안에서 정말 다양한 걸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굉장히 어려운 경지이긴 하지만, 그런 여러 감정과 색깔을 담을 수 있는 소리가 제가 색소포니스트로서 추구하는 소리인 것 같습니다.
평소에 무대를 준비하고 공연을 하면서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들은 부분은 무엇인가요?
옛날에는 그냥 연주에만 집중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요즘엔 관객을 좀 더 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어떤 포인트에서 관객이 반응하는지를 살펴보고, 거기에 맞춰 어떻게 연주하면 ‘관객을 위한 연주’가 될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예전에는 저만 사랑하는 마음으로 연주했다면, 지금은 관객을 사랑하고 이해하는 마음으로 연주하고 있어요. 관점이 달라지니까 확실히 연주도 달라진 것 같아요. 관객과 연주를 통해 나눌 수 있는 소통 자체도 훨씬 긴밀해진 느낌이에요.
관객 혹은 리스너분들이 태국님의 연주를 어떻게 들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계시는 게 있으신가요?
재즈는 삶이랑 무척 비슷한 것 같아요. 불안정하고,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요. 재즈도 마찬가지거든요. 저는 어떤 상황이 일어날지 몰라도, 그럼에도 용기를 내서 한 곡을 끝까지 완주해낸다는 그 자체에 큰 의미를 두는 편이에요. 중간에 어떻게 될지도 모르고, 삐끗하는 순간에 끝이 나버릴 수도 있고 주저앉아 버릴 수도 있잖아요. 그래도 매 순간 최대한 집중하면서, 불안하지만 자신감을 가지고 자기 자신을 믿고 나아가는 그 과정이 삶과 닮았다고 생각해요. 제 음악과 연주를 들어주시는 분들도, 그런 불안정함 속에서도 스스로와 서로를 믿으면서 끝까지 나아가는 느낌을 받으셨으면 좋겠어요
재즈 아티스트로서, 그리고 색소포니스트로서의 가지고 계시는 목표는 무엇인가요?
사실 뮤지션으로 사는 게 안정적이지는 않잖아요. 그래도 그런 불안정함에 굴하지 않고, 제가 좋아하는 한 재즈를 끝까지 사랑하고 지켜나가는 게 가장 큰 목표인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동료 연주자들과 꾸준히 교류하면서, 제 음악에 대해서도 계속 공부하고 탐구하고 발전해 나가는 게 두 번째 목표고요.
앨범과 리더긱도 준비중이라고 말씀해주셨었는데요. 이와 관련해서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선 트리오 구성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세션을 진행하고 있어요. 너무 많은 악기로 구성하기보다는, 소수의 악기만 편성해서 ‘듣는 것’에 집중할 수 있고 커뮤니케이션에 초점을 맞춘 음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 혼자만이 아니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팀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요.
내년을 목표로 앨범을 준비 중인데, 거기에 맞춰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리더긱도 함께 진행할 계획이에요. 앨범에는 자작곡도 있지만, 주로 스탠다드 곡들을 제 나름의 해석으로 녹음해보는 방향으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이번 재즈 크루 인비테이션을 시작으로 하는 본격적인 태국님의 앞으로의 활동과, 내년에 나올 앨범도 많이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그럼 슬슬 마지막 단계로 넘어가서, 태국님의 여러 추천 콘텐츠를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재즈를 이제 막 접하기 시작한 사람들을 위한 추천곡/앨범이 있다면?
찰리 파커의 앨범 <Charlie Parker with Strings>를 추천드리고 싶어요. 당시로서는 현악기가 함께 편성된, 굉장히 독특한 구성이었죠. 아이디어 자체도 신선했고, 스탠다드 곡들로만 채워져 있는데다 어렵지 않고 직관적으로 듣기 좋아서 처음 재즈를 접하시는 분들께 꼭 들려드리고 싶은 앨범이에요. 찰리 파커의 음악 중에서도 가장 대중성을 갖춘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추천할만한 재즈 관련 콘텐츠(영화,책, 채널 등)도 있으실까요?
쳇 베이커를 다룬 영화, <본투비 블루(Born to Be Blue)>가 저는 제일 와 닿더라고요. 아무래도 재즈가 진입장벽이 낮은 편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점에서 재즈를 처음 접하시는 분들이 보기엔 가장 좋은 영화가 아닐까 싶어요.
재즈 아티스트로서 활동하고 계시는 태국님이 생각하시기에도, 재즈는 ‘어려운’ 음악인가요? 막간을 이용해서 재즈의 진입장벽에 대한 이야기도 조금 나눠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처음 재즈를 접했을 때도 그 진입장벽을 느꼈었어요. 저도 재즈가 좋아서라기보다는, 색소폰이라는 악기가 너무 좋아서 계속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재즈를 해야만 했던 거죠. 그렇게 계속 하다 보니까 좋아진 거지, 처음부터 듣자마자 좋게 느껴지진 않았거든요. 물론 지금은 업으로 삼을 만큼 좋아하지만요.
그래서 제 경험으로 보면, 재즈는 쉽게 좋아하기 어렵고, 좋아지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는 장르인 것 같아요. 마치 평양냉면처럼요. 들으면 바로 반응이 오는 음악도 있지만, 재즈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 처음에는 연주자들이 어떤 걸 의도하고 연주하는지 전혀 안 들릴 수도 있고요. 그래도 제가 그랬던 것처럼 계속 듣고 익숙해지다 보면, 자연스럽게 먼저 찾게 되는 순간이 와요. 그러다 보면 다른 어떤 걸로도 대체할 수 없는, 특별한 의미를 가진 장르가 되어 있기도 할테고요.
저도 비슷한 과정으로 재즈를 좋아하게 되었어서 공감이 많이 됩니다! 계속 이것 저것 찾아 듣다 보면 재즈만이 줄 수 있는 장르 특유의 쾌감 같은게 있는 것 같아요. (웃음)
다시 돌아와서, 재즈크루 인비테이션 당일에는 아티스트가 직접 선정하신 곡을 퇴장하실 때 틀어드리고 있는데요! 장르불문하고 틀고 싶으신 곡과 선정 이유를 간단히 알려주세요!
퇴장곡은 찰리 파커와 콜먼 호킨스(Coleman Hawkins)가 함께 한 Ballade로 부탁드립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이 곡의 16마디 안에 감정 , 이성 , 에너지 , 리듬 , 프레이즈를 포함한 찰리 파커의 모든 게 담겨져 있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노래하듯이 블로잉을 하는데 그게 제게는 말로 속삭이듯이 들려요. 그게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연주이기도 하고요. 따뜻한 음들이 속삭인다고 생각하시면서 들으면 더 재밌을 거에요.
그럼 마지막으로 재즈크루 인비테이션을 어떤 마음으로 준비하고 계신지, 그리고 찾아주실 관객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함께 의지할 수 있는 동년배 아티스트들과 음악적으로 새로운 에너지를 나누며 설레는 마음으로 즐겁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공연 당일에 찾아주시는 분들이 저희의 연주와 무대를 통해, 많지는 않더라도 무언가 하나라도 얻어가는 게 있다면 좋겠어요. 그런 마음으로 열심히 연주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재즈 크루 인비테이션 당일, 10/17(금) 8시에 무대에서 뵙겠습니다!
글 및 디자인 박휘상

